본문 바로가기

거침없이 핫이슈!

방송 3사 가요대상 전면 폐지, 대안은?

SBS가 올해 '가요대전'의 개최를 포기하면서 지상파 3사 모두 올 연말 가요시상식을 전면 폐지했다. 방송사에서 단 한군데도 가요시상식을 하지 않는 일은 40여 년 만에 처음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가요시상식의 폐지는 올해 벌어진 갑작스런 일이 아니라 지난 2004년부터 시작된 일이다.

▲가요시상식 폐지 움직임은 2004년부터

2004년 가을 한국연예제작자협회(이하 연제협)는 연말 가요시상식의 발전적 해체를 제안하며 방송사 위주의 기존 시상식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연제협은 '코리아 뮤직 어워드'라는 새로운 시상식을 제안했다. 연제협 사무국 관계자는 "방송사 시상식이 예전에는 의미있는 행사였고 권위가 있었지만 시대가 바뀌고 음악이 소비되는 방식이 바뀐 현실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온라인 음원 시장이 확대되고 음반 판매량이 가수의 흥행을 가늠하는 절대적인 척도가 되지 못하는 시대적 상황에서 가수협회, 음제협, 방송사와 언론사 관계자를 비롯한 전문가 집단이 참여하는 방식의 시상식이 될 것"이라고 코리아 뮤직 어워드를 설명했다.

이듬해 SG워너비는 "올 한 해동안 MBC에 출연하지 않았는데 MBC에서 주는 상을 받을 수 없다"며 MBC '10대 가수 가요제'를 불참했고 보아 동방신기 등도 해외공연을 이유로 불참했다. 다음해에는 "시상식의 신뢰도를 확신할 수 없다"며 이승철과 YG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이 모두 불참해 결국 SBS만 가요시상식을 개최했다. 올해는 더 나아가 SBS마저 폐지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하지만 연제협이 주창했던 코리아 뮤직 어워드(아시아 뮤직 어워드)는 올 10월 개최 예정이었으나 스폰서 등의 문제로 답보상태인 현실이다.

▲MKMF의 공정성 논란과 한국대중음악상

연제협이 긍정적으로 평가했던 'MKMF(Mnet KM Music Festival)'는 올해 공정성 논란으로 큰 잡음이 일었다. 케이블 채널에서 진행하는데다 뮤직비디오 시상식을 기반으로 하면서 대안적인 기능을 인정받았던 MKMF는 덩치를 키우면서부터 또 다른 방송사 가요시상식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공정성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는 까닭은 대중음악을 평가하는 권위있는 기관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미국 그래미어워드는 NARAS(Nation Academy of Recording Arts & Science)라는 공공기관이 선정한다. 반면 방송사나 기획사가 연관된 국내 시상식은 공정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2004년 시작돼 4회까지 진행된 '한국대중음악상'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노래를 찾는 사람들' 출신 김창남 성공회대 교수를 비롯해 대중음악평론가, 음악 전문기자, 방송사 PD들로 구성된 선정위원화가 심사하는 한국대중음악상은 대안적인 가요시상식을 지향하고 있다. 형형색색 풍선을 든 팬클럽 대신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들의 음악이 있고 레드 카펫 대신 라이브 공연의 감동이 있다. 가수보다는 음반, 음반 판매량이나 방송 횟수보다는 음악적 노력이나 성취를 평가한다. 때문에 이 상을 받은 가수들은 팬이나 소속사 식구에 감사하기 보다 상 자체를 받은 기쁨을 만끽한다.

그렇다고 한국대중음악상이 오버그라운드를 철저히 배제하는 것도 아니다. 엄정화 조PD 클래지콰이 등 방송사 시상식에서 충분히 상을 거머쥔 가수들이 수상했으며 서태지 이승철 장윤정 SG워너비 드렁큰타이거가 후보로 경쟁한다. 물론 접점이 더 필요한 것은 과제로 남는다. 한국대중음악상에는 이효리도 동방신기도 오지 않았고 비도 내리지 않았다. 한국대중음악상이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대중음악산업의 균형 발전을 꿈꾼다면 '빅마켓'과의 접점은 필수적이다. 음악인 '그들만의 잔치'에 그치지 않고 대중과 만나기 위해서도 더욱 그렇다. 어차피 '대중'음악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