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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지난 4월에 이사했어요. 작년 4월에 결혼했으니까 꼭 1년 만에 이사를 하게 되었네요. 결혼 1년 만에 무슨 이사냐구요? 사실 결혼할 때 지금 집을 분양 받아 놓고 입주를 기다리는 상황이었거든요. 조금 있으면 이사 갈 집인데 돈 들이기가 아까워서 결혼할 땐 도배만 하고 신혼 살림을 차렸었지요. 그런데 아기자기하게 신혼 집 꾸미는 친구들을 보니 자꾸 섭섭한 거예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예쁜 것만 보면 욕심이 나고…. 그렇게 1년을 꼬박 기다리고 다시 돌아온 봄, 드디어 새집이 완공이 되었고 저도 꿈에 부풀어서 집 단장을 시작했답니다.
결혼하면서부터 ‘이사 가면 이렇게 꾸며야지’ 하면서 얼마나 공부를 많이 했는지 몰라요. 인테리어 잡지도 보고 책도 읽고. 하고 싶은 스타일은 너무 많은데 공간은 한정되어 있어서 고민 고민하다가 생각한 끝에 ‘지중해풍 모던 스타일’로 꾸미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전문가가 아니니 이런 용어가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제가 생각한 스타일에 이름을 붙이자면 대충 그랬어요. 깔끔하면서도 이국적이고 자연스러운 풍경 말이에요.
다른 연예인들은 시공업자에게 다 맡긴다지만, 저는 스타일리스트와 함께 디자인하고 고민했어요. 그런데 쫓아다니면서 보니까 생각했던 것보다 힘든 일들이 정말 많더라구요. 타일 한 장을 고르러 가게에 들어가도 얼마나 디자인이 다양한지 눈이 다 휘둥그레질 정도였다니까요. 국산부터 수입까지 제품이 다 양하니 가격도 천차만별. 결국 포인트 타일 하나 고르는 데도 몇 시간이나 걸렸지요. 하지만 책에서는 알 수 없었던 새로운 사실들도 알게 됐어요. 공사를 시작하기 전에는 ‘막연히 벽지는 수입 제품을 써야지’ 했는데, 샘플을 찾아보니 국산 벽지도 디자인이 예쁘고 가격도 저렴해 결국 마음을 바꿨거든요. 조명도 강남에서 발품을 팔아 스타일을 정한 뒤 을지로의 도매 상가를 직접 찾아가 골랐답니다. 일반 숍보다 20% 정도 싸다고 매장 직원이 말하니까 제가 고른 조명이 더 예뻐 보이는 거 있죠. 주부들이 흔히 말하는 발품이 왜 필요한지 이제야 알았다니까요. 그렇게 하나하나 내 손으로 집 꾸밀 재료들을 고르면서 이제야 내가 진짜 주부가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 집을 마음처럼 꾸미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어요. 공사하는 현장에 직접 가서 팔 걷어붙이고 아저씨들과 일도 하고, 가구며 커튼도 체크하고…. 할일이 얼마나 많았던지 집 단장을 시작하고 이삿짐을 정리하는 한 달 동안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남편도 예쁘다고 하고 시어머니도 마음에 든다고 하셔서 제 어깨가 으쓱으쓱 합니다. 결혼 1년 만에 꾸민 신혼 집, 지금부터 구경 한번 해보실래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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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심플한 화이트 소파와 컬러 없이 검은색으로 테두리만 그린 벽화가 잘 어울린다. 벽 전체를 핸디코트로 마감하였기 때문에 벽화를 그릴 때 바탕 작업이 따로 필요 없어 편리했다고 한다. 핸디코트는 테라코 코리아 제품. 벽화는 왈왈아트의 작품이다. 2 아치 사이에 푸른색 타일을 깨 붙이고 텔레비전 뒤편에는 무광택 타일과 비슷한 질감의 에코카라트라는 소재로 아트 월을 꾸몄다. 키가 큰 고무나무 한 그루가 실내에 생기를 준다. 타일은 윤현상재, 에코카라트는 동서산업 제품이다. 3 이사할 때 포인트 벽지는 집 안을 통 털어 꼭 한 곳에만 쓰겠다고 다짐한 그녀. 안방과 서재 사이의 빈 벽에 검은색 프레임을 짜고 그 안에 포인트 벽지를 넣어 그야말로 시선을 집중시키는 포인트 장식의 효과를 얻었다. 벽지는 DID 벽지 제품.
결혼 2년차, 드디어 신혼 집을 꾸미다 “어서 오세요. 벌써 꽤 덥죠? 시원한 커피 한 잔 하실래요? 우리 집 커피가 진짜 맛있는데.”
평범한 새댁처럼 싹싹하게 손님을 맞은 그녀는 개그맨 김지혜 씨다. 결혼식이 모든 연예 프로그램에 톱뉴스로 방송되지만 않았더라면 누구나 아가씨라고 생각할 만큼 어리고 생기발랄해 보이는 그녀. 하지만 그녀는 1주년 결혼 기념일도 훌쩍 지난 ‘중고 신혼’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 집은 결혼 후 1년의 시간을 꼬박 들여 이룬 집이라고 덧붙였다. 이유인즉 결혼할 때부터 1년 후 이사를 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1년 내내 ‘이사 가면 어떻게 꾸밀까?’, 고민하고 또 고민한 다음 이사한 집이기 때문이다. 남편과 시어머니도 집에 관해서는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라며 맡겨 주어 그녀는 물 만난 물고기처럼 자재 상가와 이사 갈 집을 돌아다니며 집을 꾸몄다고 한다.
“지난번 신혼 집을 꾸밀 때는 무조건 예쁜 것만 골랐어요. 벽지도 눈에 잘 띄고 예쁜 것으로, 가구도, 침구도 가장 화려하고 마음에 쏙 드는 것으로 골랐지요. 하지만 합쳐 놓으니 정말 어지럽더라구요. 그래서 이번에는 전체적으로 심플하게 꾸미고 한 곳으로 장식을 집중시키기로 했지요. 하지만 이 집에 가면 저 물건이 예쁘고, 저 집에 가면 또 다른 물건이 예뻐 보여서 다 사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한 가지만 고르는 일이 쉽지는 않더라구요. 디자인하면서도 몇 번씩이나 마음이 바뀌었는지 몰라요. 그래도 지나고 보니 지난번 신혼 방보다는 훨씬 예쁘게 잘 꾸민 것 같네요.”
둘러보니 과연 그녀의 말처럼 깔끔하고 세련된 분위기로 주변이 정리되어 있었다. 매니저와 코디, 동료들이 자주 찾아오기 때문에 일부러 널찍하게 꾸몄다는 거실에는 화이트 컬러의 심플한 소파와 테이블을 베이스로 놓고 결혼하면서 장만했다는 빨간색 로맨틱 소파를 매치하여 포인트를 준 듯했다.
소파 뒷벽 전체를 하얀 핸디코트로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한쪽 구석에 큼직한 꽃그림 벽화를 그린 것도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하는 아이디어 중 하나. 거실 아치의 푸른색 타일은 몰딩으로 화려하게 장식하는 것보다 장식 효과가 크면서도 심플해서 시원해 보였다. 소파 맞은편에는 친환경 소재를 활용해 은은한 베이지 컬러로 아트 월이 꾸며져 있었다. 속이 비치는 얇은 리넨 커튼 사이로 햇살이 가득 들어오는 거실의 풍경을 보니 첫 번째 집에서 얻은 교훈을 그녀가 제대로 소화해 내고 있는 듯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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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창이 시원한 중문과 오픈형 수납장으로 꾸민 주방. 식탁과 중문, 장식장의 컬러가 비슷해 통일감을 준다. 내추럴한 오픈형 수납장은 주방 가구와 붙박이장 맞춤 전문 업체 홈터치에서 주문 제작한 것. 접시홀더와 와인잔 걸이가 설치되어 있어 수납 효율성이 높다. 2 식탁 맞은편 주방 싱크대는 공사하면서 하나도 손을 대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모던한 검은색 하이그로시 싱크대가 도시적이고 세련돼 보인다. 3 중문을 달고 바닥을 돋운 다용도실의 모습. 파벽돌 마감이 중문의 우드 컬러와 깔끔하게 어울린다. 창 아래로는 벤치 역할을 하는 야트막한 수납장을 짜 넣었다. 창문 등 목공 공사와 전반적 디자인 컨설팅은 디세뇨에서 맡았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