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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원, 이해인 수녀에게 ‘눈물의 옥중 편지’

ㆍ이모님이라 칭하며 암투병 쾌유 기원

'탈옥의 지존'이 20여년 연상의 여류 시인에게 보낸 가을빛 편지가 화제다. 청송교도소에서 무기수로 복역중인 신창원씨(41)가 암 투병중인 이해인 수녀(63)에게 쾌유를 비는 편지를 보냈다. 희대의 탈옥수가 '이모님'으로 부르는 수녀 시인에게 보낸 '러브레터'가 찬비 흩뿌리는 국민의 가슴을 잔잔하게 적시고 있다.

25일 샘터출판사에 따르면 신씨는 추석 직전 이해인 수녀의 투병에 대한 애끓는 심정을 담은 편지를 출판사로 보내왔으며, 이 편지는 얼마전 부산 수녀원에서 요양중인 이 수녀에게 전해졌다. 신씨는 "자식을 향한 어머니의 심정으로 내리사랑만 베푸시다 지금은 알을 품은 펭귄의 헤진 가슴으로 홀로 추운 겨울을 맞고 계시는군요. 처음 이모님의 병상 소식을 접했을 땐 눈물뿐이었습니다"라며 친필로 가지런히 꾹꾹 적어나갔다.

신씨는 또 "새장 같은 공간, 그리고 온몸을 짓누르는 압박감, 나약한 의지를 어찌할 수 없는 장벽 앞에서 절망하며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을 때 바삐 날아온 사랑이 있었습니다. 이모님은 때론 어머님처럼, 때론 친구처럼 그렇게 그렇게 저의 공간을 방문하여 손을 내미셨습니다"라며 이 수녀를 향한 그리움과 고마움을 표현했다.

탈옥수의 딱지를 달고 지구의 어두운 모퉁이에서 종신형을 살고 있는 신씨에게 수녀 시인은 어머니보다 더 푸근한 햇살이요, 보름달이요, 촉촉한 단비였던 것이다.

두 사람은 이 수녀가 자신의 시집 '향기로 말을 거는 꽃처럼'을 보낸 것을 계기로 인연을 맺었다. 이 수녀는 그후 신씨와 수십차례 편지를 주고받으며 '이모님', '조카님'이라고 부르는 사이가 됐다.

신씨는 "지금은 울지 않아요. 걱정도 하지 않을 겁니다. 해빙이 되고 들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면 밝게 웃으시며 풍성한 품으로 절 부르실 걸 알기에 조용히 조용히 봄을 기다리겠습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라고 편지를 끝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