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채널 엠넷의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2' 출신 허각, 존박, 장재인, 강승윤 등이 부른 노래들이 각종 온라인 차트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정식 데뷔 전이지만 이미 인지도 면에서는 웬만한 인기가수 부럽지 않다. 하지만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의 가요 및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이들의 모습을 보기는 어렵다. 철저하게 '왕따'를 당하고 있는 것. '슈퍼스타K2' 출신들은 12월부터 각각 기획사들과 전속계약을 맺고 정식 가수 데뷔를 준비하게 된다. 하지만 전속계약 이후에도 미래가 어두운건 여전히 마찬가지다.
◇ 차트 1위지만 섭외할 필요가 없다?
지난해 '슈퍼스타K' 우승자 서인국의 경우 지난 5월 데뷔곡 '사랑해U'로 엠넷 '엠카운트다운'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사랑해U'로 활발한 활동을 펼친 약 3개월 동안 서인국은 MBC 가요프로그램 '쇼! 음악중심'에 단 한 번도 서지 못했다. 길학미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지난 4월 ‘슈퍼 소울’(Super Soul)로 데뷔한 이후 MBC에는 단 한 차례도 출연하지 못했으며 피처링으로 참여한 더블케이의 노래 '페이버릿 뮤직'(Favorite Music)에도 다른 가수가 대신 출연했다. 최근 길학미는 서로와 스튜디오아파트먼트가 부른 '뷰티풀 판타지'(Beautiful Fantasy)에도 피처링으로 참여했지만 MBC '쇼! 음악중심' 무대에는 다른 가수가 대신 무대에 올랐다. 최근 데뷔 앨범을 발표한 조문근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시청자들과 팬들은 지상파 방송사가 '슈퍼스타K' 출신 가수들의 출연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MBC 측은 "섭외는 프로그램 담당 PD의 고유권한"이라며 "섭외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섭외를 하지 않은 것이지 특정 가수에 대한 출연제한을 둘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연예계 관계자들은 "지상파 방송사가 '슈퍼스타K' 출신들을 케이블 방송 엠넷 출신이라는 이유로 견제를 하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 방송사 싸움에 등 터지는 ‘슈퍼스타K’
엠넷에 대한 이 같은 견제는 방송사 간 보이지 않는 신경전에서 비롯된다. 특히 MBC의 경우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을 12월 초부터 본격적으로 방송하게 되는 까닭에 '슈퍼스타K' 출신이 부각되는 것이 달가울리 없다.
SBS의 경우 '슈퍼스타K2' 우승자인 허각과 준우승자 존박을 자사의 간판 예능프로그램 '강심장'에 큰 비중으로 출연시키는 등 올해 '슈퍼스타K2' 출신들에게 비교적 우호적이었다. 하지만 SBS도 최근 엠넷과 관계가 껄끄러워졌다. 엠넷이 주최하는 가요시상식 MAMA(Mnet Asian Music Awards)가 28일 일요일 마카오에서 개최되며 자사의 가요프로그램 '인기가요' 출연진 섭외와 충돌을 빚게 됐기 때문. '슈퍼스타K2' 관계자는 "MAMA 개최일 발표 후 SBS 예능프로그램 섭외가 더 이상 들어오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12월부터 진행되는 '슈퍼스타K2' 멤버들의 소속사 결정에도 고스란히 옮겨 붙고 있다. 복수의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슈퍼스타K'라는 타이틀이 현재는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정식 데뷔 후에는 상황이 다르다. 현실적인 제약을 피할 수 없는 까닭에 적극적인 영입추진을 망설이게 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슈퍼스타K' 출신 정슬기 소속사 측은 "'슈퍼스타K'라는 꼬리표를 하루빨리 떼고 자신만의 색깔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선결과제"라고 전했다. 정슬기는 톱10을 가리는 4차 예선에서 탈락 후 곧바로 소속사를 통해 가수로 데뷔했으며 현재까지 지상파 출연에 큰 제약이 없었다.
◇ 내년 ‘슈퍼스타K3’는 달라질까?
연예관계자들은 내년도 '슈퍼스타K3'에 대해 두 가지 양 극단의 전망을 내놓고 있다. 변수는 MBC에서 제작하는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이다. '위대한 탄생'은 총 3억의 상금 외에 1년간 MBC 전속계약이라는 조건을 내걸고 있다. 만약 '위대한 탄생'이 '슈퍼스타K'에 준하는 반향을 불러일으킨다면 '방송사 전속가수'라는 일종의 새로운 시스템이 고착될 수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한 지상파 방송 관계자는 "프로그램을 통해 얼굴을 알리고 1년간 방송사 전속계약은 기존 탤런트, 개그맨 공채개념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공채 개그맨들과 마찬가지로 전속계약 만료 이후에 타 방송사에 출연하는 것이 기대만큼 수월하지는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경우 지상파 방송 3사간 자존심 대결로 새로운 구도가 만들어지게 되는 만큼 '슈퍼스타K' 보다 견제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긍정적인 기대도 할 수 있다. 복수의 오디션 프로그램이 경쟁하는 과정에서 방송사 역시 보다 성숙할 수 있다는 것. 엠넷에 배타성이 강한 MBC 역시 자사에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자들이 성공적으로 활동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전속계약 1년 후 이들이 나갈 문 뿐 아니라 누군가 들어오는 문도 활짝 열 필요가 있다는 걸 배울 수 있다는 기대다.
'슈퍼스타K' 제작진은 "오디션 프로그램으로서 역할을 충실하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가수가 되고 싶은 사람들의 꿈을 이뤄준다는 프로그램의 진정성을 충분히 설득시킬 수 있다면 특정 방송사 출신이라는 꼬리표도 일찌감치 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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