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거침없이 핫이슈!

‘디스터비아’ 흥미와 충격의 그림 맞추기


[막무가내 영화보기] 스릴러 영화 ‘디스터비아’

[막무가내 영화보기] 영화 속 가장 큰 공포감과 스릴을 느낄 수 있는 경우를 되새겨 보자.

우선 내 몸이 묶여 꼼짝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같은 공포라도 그 강도가 몇 배로 커질 것이고 내 눈으로 본 사실이 모두 부정된다면 그 위기감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디스터비아’에서는 이런 상황들을 기본으로 하고 영화가 전개된다. 스릴러로서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기본 요소는 탄탄히 갖추고 시작하는 셈.

어린 시절 충격적인 사고를 당해 절친하던 아버지를 잃은 고교생 케일(샤이아 라보프 분)은 사고 이후 대충대충 살아가는 ‘의욕상실 학생’으로 시간 때우기에 급급하다.

그러다 한 번 ‘의욕적’으로 날린 펀치에 학교 선생님의 눈이 멍들고 이 일로 케일은 가택연금에 처해진다.

가택연금이란 처벌이 그저 ‘너 집밖으로 나가지 마라’ 수준이 아니라 아예 발목에 전자 족쇄를 채워놓고 집 정원을 나서는 순간 바로 경찰이 출동해 버리는 수준의 ‘감금’이다.

이런 상황에서 케일이 보는 상황들은 부정한 훔쳐보기라는 점과 말썽이나 부리며 집에 갖힌 신세라는 점 때문에 경찰은 물론 어머니에게까지 무시당하게 된다.


영화의 시작 부분에서 케일의 아버지가 사고를 당하는 장면만 본다면 이 영화가 끔찍한 장면들의 연속이 되지 않을까 속단하기 쉽다.

하지만 이후 케일의 연금생활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들은 ‘훔쳐보기’라는 요소가 더해지면서 귀여운 구석을 드러낸다.

거기에 케일의 한국인 친구 로니(아론 유 분)의 개구쟁이 같은 모습과 학생답지 않게 관능적이고 대담한 애슐리(사라 로머)가 더해지면서 부분적으로 코믹 로맨스의 느낌까지 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스릴러 외적인 요소는 이 영화의 본질을 보여주기 위한 포석일 뿐이다. ‘시체 보여주기’ 정도는 애교일 정도의 충격이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어느 순간 무작정 분위기를 바꾸는 식이 아니라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서 은근히 사람을 놀라게 만드는 재주를 피운다.

케일이 훔쳐보던 앞집 남자가 연쇄 살인범일 수도 있다는 가정이 떠오르면서 영화 속 스토리가 꼬여가는 것과 동시에 관객들의 머릿속도 온갖 추리와 가정으로 꼬여간다.

하지만 그런 부분에 너무 머리를 쓰거나 ‘영화 스토리 따위에 속지 않겠어’라는 각오로 신경을 집중할 필요는 없다.


잔잔하게 긴장을 유지하다 막판에 가서 엄청난 충격과 공포를 몰아치며 관객을 들었다 놓는 영화의 매력이 충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긴장감 이후의 몰아치기, 그리고 긴장감 속에서 끝까지 살짝 비치는 웃음을 잃지 않고 균형을 잡아가는 것이 ‘디스터비아’의 가장 큰 매력이자 영화를 꼭 보게 만드는 요소.

샤이아 라보프의 모습은 ‘트랜스포머’ 때와 다름 없이 엉뚱하면서도 매력있고 한국인 배우 아론 유의 유유자적 연기는 할리우드 한국인 스타의 탄생을 기대하게 한다.

거기에 외줄타기를 하는 듯 한 사라 로머의 묘한 매력은 더 말할 필요 없이 영화와 잘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