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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호 “고음 잃었지만 지금 목소리가 더 좋아”

로커 김경호(36)는 초고음의 날카로운 샤우팅 창법의 대표주자다.

‘나의 사랑 천상에서도’ ‘나를 슬프게 하는 사람들’ 등 대표곡에서 구사한 날카로운 고음은 김경호를 음악팬들의 기억에 깊이 각인시켰다.

데뷔 12년이 지난 지금도 팬들은 김경호에게 변하지 않은 금속성의 음색을 기대한다. 하지만 김경호는 “고음을 구사해야한다는 일이 어느덧 강박관념처럼 나를 짓누르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2003년 7집 활동 당시 성대결절로 인해 목소리가 나오지 않자 강박관념은 우울증으로까지 악화됐다. 7집 발매 후 오락프로그램 출연과 콘서트를 병행하면서 목상태 조절에 실패했고 노래를 부를 수 없는 지경이 됐다.

당시의 좌절감에 대해 “로커에게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당시의 괴로움은 지금 다리 아픈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힘들었다”고 말한다. 김경호는 1년 전 발병한 대퇴골두무혈성괴사로 투병중이다.

 

한때 걷기도 힘든 상태였고 병세는 호전됐으나 걸음걸이는 여전히 부자연스럽다. 넓적다리 가장 윗부분의 대퇴골두에 혈액순환이 잘 안돼 엉덩이 뼈가 썩는 질환때문에 1년간 활동을 쉬어야 했다.

주변의 걱정은 컸지만 김경호는 “오히려 쉬는 기간 성대결절을 극복할 수 있어 행복했다”고 말한다. 다행히 성대결절은 나앗지만 김경호는 예전의 날카로운 음색은 구사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이 있는 법. 김경호는 소리를 지르기보다 감정을 전달하는 다른 차원의 표현 방법을 터득했다.

 

“예전같은 고음을 구사할 순 없지만 이젠 목소리 톤이 좋아졌다. 과거의 노래를 들으면 얇고 높게 올라가긴 하지만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노래를 불렀다는 생각을 한다. 왜 이렇게 지르기만 했을까 부끄럽기도 하다. 사실 매번 해온 고음 샤우팅이 지겹기도 하다.”

 

성대결절과 투병 과정을 겪으며 감정선은 두터워졌고 중저음대의 보강으로 표현에 있어선 한층 나아졌다고 자신한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팬들은 ‘이번엔 몇 옥타브까지 올라가냐’는 얄팍한 궁금증을 드러낸다.

“얼마나 높게 올라가는지를 아직도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더라. ‘독’ 같은 노래에선 3옥타브 미까지 올라간다. 그런데 이런 관심이 이젠 별로 달갑지 않다. 김경호 하면 여전히 고음만을 기대하고 10년전 과거로 날 묶어 두려고 하는 분들이 있다.

예전에 비해 파워가 떨어졌다고 얘기할지 모르지만 이전의 노래를 부르기에도 지금의 목소리는 부족함이 없다. 내게도 헤비메탈 성격 뿐 아니라 다양한 감정의 표현이 존재한다. 이번에는 의식적으로 부드러운 록발라드를 수록했다.”

 

9집 ‘인피니티(Infinity)’는 강렬한 크로스오버 록음악 ‘독’ ‘메이크 잇 어웨이’를 제외하곤 ‘습관’ ‘새드송’ 등 소프트한 록발라드가 주를 이룬다.

 

많은 중견가수들이 ‘이젠 CD를 낼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할 만큼 음악시장은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 김경호도 예전에 비해 음악으로 수익을 얻는 일이 힘들어졌다. 하지만 김경호는 1000장의 CD가 팔리더라도 음반을 낼 생각이다. “음악 시장이 달려졌고 어차피 흐름이니까 받아들여야 한다.

CD를 못 내겠다는 가수들의 얘기를 듣는데 그래도 우린 후배들 보다는 좋은 시대를 누렸고 먹고 살 순 있지 않은가. 앞으로도 지금껏 해온 것처럼 공연을 계속할 것이고 음반을 소장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있다면 1000장이 팔리더라도 꼭 음반을 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