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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운 제이…“‘논다’하는 힙합가수들? 실상은 다르다!”

섬세한 래퍼 크라운 제이가 만든 특별한 음악

[데일리안 손연지 기자]‘신분의 벽을 뛰어넘어 요르단 공주와 사랑에 빠진 적 있다’고 고백해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던 가수 크라운제이가 범상치 않은 노랫말이 가득한 흥나는 새 앨범을 들고 돌아왔다.

‘그를 알 만큼 안다’는 사람들이 크라운제이에 대한 생각을 숨김없이 털어놓은 앨범이라 제목도 ‘Miss Me?’. 늘 어딘가 모르게 신비한 매력을 풍겨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시켰던 그가 자신을 샅샅이 파헤쳐 만든 음악인만큼 변변치 않을 가능성은 제로다.

◇ Hoon


◆ 섬세한 래퍼가 만드는 특별한 음악

‘UCLA’, ‘바람둥이’, ‘힙합가수’. 크라운제이가 가요계에 등장한 지 1년5개월이 흐른 지금 사람들은 흔히 그를 이렇게 떠올린다. 아쉬운 성과라고는 볼 수 없다. 데뷔앨범 한 장으로 사람들의 머릿속에 자신의 존재를 확실히 각인시키는 것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

지난 해 3월 데뷔한 크라운제이는 자기주장 강한 젊은 세대의 래퍼답게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신인답지 않게 쿨하고 솔직한 모습을 보여 대중들에게 큰 호감을 샀다. 단번에 스타덤에 오를 만큼 대단한 관심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음악을 좋아하고 인정해주는 마니아들을 꽤나 확보했다.

이 정도의 성과를 남기고 1집 활동을 마무리한 크라운제이는 ‘사라졌나’ 싶을 만큼 한동안 소식이 없더니 어느 새 12곡이 꽉 차 있는 2집 앨범을 완성해 대중들을 다시 찾았다. 1집 앨범에서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자신의 이야기를 거침없이 내뱉었던 그가 이번 앨범을 통해서는 자신의 주관을 버리고 제3자가 바라보는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담아냈다.

‘내가 바라보는 나보다 남이 보는 내가 진짜 나일 수 있다’는 생각을 받아들였기 때문일까. 짧게 자른 헤어스타일로 인해 훨씬 강한 남성미를 물씬 풍기는 그는 겉모습만큼이나 내면적으로도 꽤 성숙함을 키운 듯 보였다.

“이번 앨범은 사운드 면에 특히 신경을 썼어요. 가사만 봐서는 전과 다름없이 또 제 이야기를 했지만 대신 시선을 달리 했죠. 음악적으로는 1집 때보다 훨씬 디테일해졌다고 보시면 돼요. 노래 하나하나에 주제가 뚜렷하죠. 수록곡 중 3분의 2가 사랑에 관한 노래인데 느낌은 굉장히 달라요. 사랑이라는 게 여러 감정이 섞여 있잖아요. 그 느낌을 한 곡에 전부 담은 것이 아니라 한 곡에 한 감정을 충실하게 표현했죠. 4분 동안 흘러나오는 노래에 한 감정만을 담았다면 얼마나 섬세하게 표현했는지 대충 짐작가지 않나요?”

어느 가수든 데뷔 앨범은 첫 걸음인 만큼 스스로 아쉬운 부분이 많기 나름이다. 크라운제이 역시 첫 앨범에 대해 대중들을 흡입하는 힘이 많이 모자랐던 점이 특히 아쉬웠던 만큼 이번 앨범에서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취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어 보려고 속병을 겪어가며 힘겹게 앨범을 완성시켰다.

“한 앨범이 탄생되기까지 얼마나 고통스럽고 힘든 과정들이 따르는지를 미리 안다면 아마 감히 시도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어요. 정말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죠. 이번 앨범을 작업하는 동안 친구들은 물론 회사와도 연락을 끊고 나 홀로 수많은 고민들과 싸워가며 만들었어요. 그렇다고 사람들에게 제가‘이렇게 어렵게 만든 앨범이니 꼭 잘 들어 달라’고 부탁하고 싶은 건 아니에요. 음악은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모두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그 중 일부는 제 음악을 들으며 자연스레 ‘쉽게 만든 곡이 아니구나’라는 걸 느끼시지 않겠어요? 좋은 영화라고 해서 모든 장면이 감동적이진 않잖아요. 그 중 명장면이 사람의 감동을 극대화 시키죠. 저 역시 단 일초라도 사람의 가슴을 찌르는 무언가가 있는 음악을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욕심이에요”

그의 이번 앨범에는 공동 프로듀서를 맡은 D.BROWN(디 브라운)과 피처링을 담당한 린 에스더, MC메타 등 꽤 많은 뮤지션들이 참여했다. 가요계에서 꽤 유명세 높은 가수들에게 도움을 청할 만큼 인맥이 꽤 넓은 편이지만 의외로 함께 작업한 뮤지션들은 인지도가 비교적 낮을 수밖에 없는 언더에서 활동하는 뮤지션들이다.

“함께 무대에 서보고 싶은 분들은 정말 많아요.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지극히 제 주관적인 소견입니다만) 전 제가 알고 또 저를 아는 사람과 함께 작업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정말 가창력 좋은 사람과 함께 노래를 한다면 듣기 좋은 곡은 충분히 나오겠지요. 하지만 느낌이 100% 살아있는 노래가 되진 않을 것 같아요. 제 경우 앞으로 얼마나 많은 앨범을 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제 삶을 공유하고 있는 주위의 뮤지션들과 앞으로도 늘 함께 음악을 해나갈 생각입니다”

‘꼭 유명한 가수가 되고 싶다’거나 혹은 ‘어릴 때부터 음악을 하다 보니’라는 등의 분명한 계기가 있어서 가수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이 아닌 그저 음악이 내 것인 것 같아서 무작정 하게 됐다는 크라운제이. 그래서 그는 트렌드에 충실하거나 절대적인 이론을 따르기보다 ‘느낌’이 살아있는 음악을 만들기 위해 늘 노력하고 있다. 그가 직접 작사한 가사들이 대중들 사이에서 유독 이슈가 되고 또, 래퍼들 사이에서는 기존의 파워풀한 랩과 다르게 다 로맨틱하고 감각적인 랩을 구사한다는 평가를 받는 것 역시 바로 이로 인한 덕이다.

발라드 가수 혹은 아이돌 스타가 점령해 다소 한정적인 장르만 발달해 있는 우리 가요계가 그를 통해 모처럼 1990년대 일었던 힙합 음악의 붐이 다시 일어날 것만 같은 예감이다.

◇ Hoon


◆ 힙합가수(크라운제이)에 대한 오해

크라운제의와 인터뷰 하는 동안 발견한 의외의 모습이 있다면, 무대 위에 올랐을 때의 자유롭고 열정적인 모습과 달리 매우 차분하고 점잖다는 점이다. 질문을 던질 때마다 대답을 듣기까지 조금은 기다려야할 만큼 그는 자신이 내뱉는 말 한마디에도 매우 신중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힙합 가수들은 술과 담배를 더 많이 하고, 놀아도 무지하게 놀 것 같다고 생각들 하지만 사실상 그렇지 않아요. (물론 다 그렇다고 할 순 없지만) 순수하고 얌전한 친구들이 오히려 더 많죠. 힙합가수들이 클럽에서 살다시피 하고 목에는 늘 큰 목걸이를 두르고 다니는 행동 등은 사람이 밥을 먹는 것과 마찬가지로 봐줘야 해요. 힙합 문화의 일부분이니 당연하게 즐기는 것뿐이니까요. 저만해도 술 마시거나 놀러 다니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에요. 성격도 보기보다 꽤 섬세하고 꼼꼼한 편이죠. 일적인 면에서는 ‘결벽증’이란 소리를 들을 만큼 완벽주의자 성향도 강하고요. 제 첫 앨범에 수록된 ‘결벽증’이란 노래가 그래서 탄생한 것이기도 하죠”

이미 잘 알려진 대로 그는 가수가 되기 전까지 음악과 전혀 관계없는 경제학을 공부하는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작곡가를 친구로 두고 있었던 그는 자연스레 음악을 듣는 일이 많아졌고, 친구가 비트를 들려주면 멜로디는 그에 의해 즉석으로 만들어지곤 했다. ‘음악이 내 안에 있구나’라는 것을 느끼고 있을 때 즈음, 친구의 강력한 권유를 받아 한국으로 돌아와 가수로 데뷔하게 된 것.

“단 한 번도 그 흔한 피아노는 물론, 작곡도 전혀 배운 적이 없어요. 한국에서는 대중음악을 하더라도 되도록 정석으로 배우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지만 사실 미국에서는 그렇지 않거든요. 정말 유명한 해외 뮤지션 중 실질적으로 악보를 보지 못하는 분들도 굉장히 많아요. 음악은 배운다고 무조건 되는 게 아니니까요. ‘느낄 수 있느냐, 없느냐’가 가장 중요하죠”

아무리 음악이 좋다 해도 가수가 되기 위해 무작정 한국에 온 것은 그에게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한국에서 태어났을 뿐 성장기 대부분을 미국에서 보낸 그는 중학교 시절 한국으로 돌아오기도 했으나, 이미 미국문화에 충분히 익숙해져 있었고, 특히 다른 교육제도가 몸에 맞지 않아 다시 미국으로 떠났다. 그렇게 해서 미국에서 혼자 생활하게 된 때 나이가 불과 중학교 3학년 시절이었다.

“너무 어릴 때부터 독립생활을 시작해선지 감수성이 남보다 빨리 발달했죠. 스스로 좋아서 떠난 거였지만 혼자 지내면서 늘 싸워야 하는 ‘외로움’이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심적으로 늘 약해 있었고, 사춘기가 지나고 성인이 됐을 때도 스스로 늘 ‘난 약하다’고만 느꼈었죠. 그런데 그런 약한 기운이 음악을 하는 입장에서는 오히려 강점이 되더군요. 마음이 약하고 감정이 예민한 점들로 인해 앨범을 만들면서 더 많은 고민을 하게 되지만 그래도 그 ‘약함’이 느낌이 살아있는 음악을 만들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아요.”

1집 앨범 때부터 곡을 직접 쓰기 시작한 그는 이번 앨범을 만드는 동안 곡 쓰는 일에 더 많은 공을 들였다. 무대 위에 오르는 것 외에도 곡을 직접 쓰면서 느끼는 짜릿한 쾌감을 충분히 맛봤기 때문이다.

“노래방에 갔을 때 옆방에서 누군가 제가 만든 노래를 부르고 있더라고요. 그 때 그 기분이란 정말 최고였죠. 단지 내가 부르기만 한 노래였다면 남이 부른다고 해서 그렇게 큰 흥분은 느끼지 못했을 거예요. 그 때가 가수가 되고 난 후 가장 큰 감흥을 느꼈던 순간이었죠”

말이 아닌 음악으로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 얼굴은 몰라봐줘도 좋으니 자신이 만든 음악을 통해 ‘크라운 제이’란 이름을 알아봐 주는 것. 그리고 눈빛만 봐도 통하는 가까운 뮤지션들과의 작업을 통해 느낌이 살아있는 음악을 끈임 없이 만들어내는 것. 이 세 가지가 영원히 쫓을 인생의 꿈이자 목표지만 단, 가족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내버릴 수 있는 프로의식 강하지만 정에 약한(?) 남자. 이것이 인터뷰를 통해 좀 더 깊게 알게 된 크라운제이의 진면목이다.

당연함과 의외의 모습을 모두 가진 크라운제이가 대중들 사이에서 두 번째 앨범으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수식어를 또 얼마나 더 만들어내게 될 지 벌써부터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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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연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