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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업체 "김치는 중국절임의 짝퉁" 주장…김치공정 시작하나


[사진출처=세계김치연구소]

중국업체들이 김치를 '중국 절임식품의 짝퉁'이라고 주장하며 김치를 타도대상으로 꼽았다. 몇 해 전 일본이 '기무치(일본의 김치 발음)'를 국제표준으로 삼으려던 시도에 버금간다. 일각에선 "'김치공정'이 첫 발을 뗐다"는 해석까지 내놓고 있다. 고구려·발해를 중국역사로 편입시키려는 '동북공정'이나 휴대폰의 한글 입력방식을 중국식으로 국제표준화하려는 '한글공정'에 빗댄 것이다.

28일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지역의 40여개 파오차이(泡菜ㆍ절인 채소)업체는 ‘청두파오차이협회’를 발족했다. 이 협회 위솨이(余帥) 회장은 “그간 쓰촨파오차이는 고유의 경쟁력을 갖췄음에도 해외로 수출되지 못했다. 이제 품질을 높이고 단일 브랜드를 만들어 한국김치와 경쟁하겠다”고 말했다. 청두시 류자창(劉家强) 부시장은 “시는 협회의 파오차이산업이 빠르게 발전할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단순히 김치와 경쟁하겠다는 뜻은 아닌 것 같다. 이들은 1500년 전 쓰촨성에서 만들어진 파오차이가 한국으로 넘어가 김치가 됐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6월 쓰촨성의 한 신문은 “한국이 남아공 월드컵을 통해 쓰촨의 전통 발효 음식인 파오차이를 흉내 낸 김치를 세계에 홍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쓰촨성 농업청 한 관계자는 “우리의 가장 큰 특징은 옹기로, 이를 이용해 파오차이를 발효시켰다”며 “쓰촨만의 독창적인 도구”라고 주장했다. 중국 업체와 언론, 정부가 삼위일체가 돼서 김치를 공격하는 양상이다. 이의 연장선상으로 협회는 발족식에서 무게 500㎏, 높이 1.6m의 ‘최고의 파오차이 옹기’를 선보였다. 옹기에 담는 김치식의 발효법은 중국의 것이라는 무언의 시위다.

◇‘쓰촨파오차이’는?=중국 청두시에서 생산되는 ‘절인 채소’다. 무·당근과 같은 채소를 식초·설탕·바이주(白酒)를 섞어 만든 물에 하루 정도 담가 발효시킨다. 이렇게 하면 다음날 바로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얘기하면 식초 술에 채소를 절인 것이다.
갖은 양념으로 소를 만들어 발효시키는 우리의 김치와는 확연히 다르다. 모양과 색깔은 물론 맛도 큰 차이가 난다. 세계김치연구소 박성훈 본부장은 “파오차이는 살균처리를 하는 음식으로 유산균을 함유한 김치와 비교될 수 없다”고 말했다.


[사진출처=세계김치연구소]

◇한국김치 ‘시샘’ 언제부터?=2001년 한국과 일본의 김치 종주국 논쟁이 한국의 완승으로 끝났다. ‘국제 코덱스 식품규격위원회’에서 재료ㆍ첨가물ㆍ산도ㆍ수분 함량 등 김치의 국제적 표준규격을 한국 김치로 확정됐다. 코덱스 인증이란 농수산 가공식품 분야에서 국제 유통의 기준이 되는 것이다.

2003년 중국에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사태가 벌어졌을 때 주요 언론들은 “한국 사람이 사스에 걸리지 않은 것은 김치를 즐겨 먹기 때문”이라며 한국의 김치 효능을 잇따라 소개했다. 점차 한국 김치는 중국 내수 시장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 등에서도 인기를 높여갔다.

그리고 지난해 쓰촨성은 한국 김치를 따라잡기 위한 ‘쓰촨파오차이 5개년 발전계획’을 수립했고 한중 김치과학기술포럼을 유치했다. 올해는 청두농상은행을 통해 5억위안(840억원)를 협회에 대출해주기로 했다.

이에 대해 박 본부장은 "‘김치=한국’ 인식이 널리 퍼졌기 때문에 중국이 이를 뒤집기는 힘들 것”이라며 “쓰촨성 과기청과 매년 연례 연구회를 개최할 예정이므로 김치의 과학성을 설파해 감히 종주국을 넘보지 못하게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