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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철 女핸드볼 감독 '우리 생애 최고의 1분'

23일 오후 베이징 국가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08년 베이징올림픽 여자핸드볼 3-4위 결정전. 경기 종료를 1분도 남기지 않고 33-28로 여유있게 앞서 있는 상황에서 임영철 한국 여자 핸드볼대표팀 감독이 갑자기 작전 시간을 요청했다. 그것도 이기고 있는 팀에서.

이미 승부가 결정된 상황에서의 이긴 팀의 작전 시간은 의아했다. 스포츠맨십에도 다소 어긋나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유가 있었다.


선수들을 벤치로 불러 모은 임 감독은 선수 교체를 지시했다. "영란이, 순영이, 성옥이, 정희, 정호, 그리고 일곱명이잖아. 필희, 정화 들어가"라고 나갈 선수들을 일일이 호명했다.

쉬고 있던 주장 오영란(36)이 골키퍼로 들어갔고 탈진했던 오성옥(36)도 코트를 밟았다. 라이트백에는 홍정호(34) 레프트백은 문필희(26) 피봇 허순영(33) 라이트윙 박정희(33) 레프트윙 안정화(27)가 코트에 들어섰다.

문필희와 안정화를 빼면 모두 30세를 훌쩍 넘긴 노장들로 사실상 베이징올림픽이 마지막 올림픽 무대인 장본인들이었다. 또한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뒤 임 감독과 부둥켜 안고 눈물을 쏟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주인공이기도 했다.

임 감독은 선수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마지막을 너희가 장식하라"고 이야기했고, 이날 활약한 선수들에게는 "너희들이 이해해. 앞으로 또 뛸 수 있으니까 선배들에게 기회를 줘라"고 양해를 구했다. 후배들도 선배들의 이름을 호명하며 스승의 뜻에 고개를 끄덕였다.

1분 동안 아줌마 선수들은 마지막이 될 올림픽 코트를 마음껏 누볐다. 그야말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아니 1분이었다.

경기를 마친 뒤 임 감독은 "그런 행동을 지금까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오늘은 이유가 있었다"며 "아줌마 선수들을 데리고 엄청난 훈련을 했는데 이들은 앞으로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한다. 그래서 타임아웃을 불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