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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역 폭발사고현장의 하춘화와 이주일,그리고 재벌

요즘 가수 하춘화씨가 방송출연이 잦아지면서 그녀에 대한 화제가 만발하고 있다. 어제는 그녀가 '상상플러스'에 출연해 이리역 폭발사고와 고 이주일 씨에 얽힌 소회를 밝혔는데 아마도 오래전 일이라 신세대들에게는 생소했던 모양이다.

지금은 익산으로 지명이 바뀐 이리역 폭발사고는 지난 1977년 11월11일 대량의 화약을 실은 기차에서 이리역에 정차 중 화약이 폭발하면서 수많은 희생자를 낳았던 사건이다. 당시 사고현장과 불과 500m 떨어진 하춘화의 공연장(당시엔 리싸이틀이라고 불렸다)이 폭삭 무너지면서 아수라장이 되었는데 정신을 잃은 하춘화를 고 이주일씨가 업고 뛰었다는 것이고, 이는 기성세대 팬들에겐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고보니 당시 사건은 박정희 유신정권시대로서 반공주의가 횡행했던터라 이 폭발사고도 처음에는 무장간첩의 소행이 아닌가 의심이 된다는 어처구니없는 여론도 있었다. 그리고 사회기강 해이를 탓하며 반공주의의 고삐를 바짝 당기며 당시 빨갱이 사냥분위기에도 한 몫 했던 사건이기도 하다. 그러나 본질은 재벌의 돈벌이에 국민이 희생당한 사건이다.

그런데 세월은 흘러흘러 어느새 '엑기스(?)'는 다 빠져 버리고 하춘화와 이주일의 사연만 남았고 당시 사고를 냈던 한국화약은 오늘날 한화그룹이란 이름으로 건재하다가 김승연회장의 보복폭행과 법원의 재벌봐주기 판결로 이어지고 있다.

폭발사고와 김승연이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하겠지만 그렇게 엄청난 국민피해와 희생을 먹고 자란(?) 재벌이 오늘의 한화라는 점, 그리고 오늘의 재벌들이 크든 작던 국민과 나라의 지원아래 존재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넘어갔으면 하는 것이다. 그래야 이 국민적 재난이 하춘화와 이주일의 사연만으로 기억되는 저렴함을 우리가 모면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춘화의 이리역 폭발사고'에서 나는 이주일의 따뜻한 마음씨보다 재벌이 얼마나 국민신세를 지고 있는 존재인지 그것을 확인하는 것이 더 뜻깊은 일이 아닌가 한다. 물론 하춘화와 이주일도 그 사건의 피해자이긴 매한가지다.